7시간의 최면상담은 두 단계로 진행되었습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시합장에서 제임스를 흔들던 그 두려움이 어디서 시작되어 어떻게 자라났는지를 따라 들어갔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출생 직후의 순간부터 14살의 해저드 사건까지가 모두 이 단계에서 드러난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두려움의 길을 모두 찾아낸 다음, 두 번째 단계가 이어집니다. 그 두려움을 하나씩 풀어 가는 단계인데, 이 단계에서는 어른이 된 제임스가 마음속에서 어린 자신을 만나 그때의 두려움을 풀어 주게 됩니다(Banyan & Kein, 2001).
이 변화 작업은 바깥의 상담실과 제임스의 마음속, 두 곳에서 동시에 진행됩니다. 한 곳은 최면상담실입니다. 제임스는 푹신한 소파에 눈을 감고 누워 있고, 연구자는 바로 옆 의자에 앉아 그에게 말을 건네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제임스의 마음속입니다. 깊은 최면 상태에서 제임스는 마음속에 따뜻하고 안전한 방을 하나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 방으로 어린 시절의 자기 자신을 데려갑니다. 갓 태어난 그 작은 아기를 처음 마주하는 순간, 어른 제임스의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그런데 마음속에서 아기를 만난다고 정말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까요? 여기서 한 가지 짚어둘 점이 있습니다. 깊은 최면 상태(Aron's scale 4단계 이상)에서 어떤 장면을 떠올리면, 그때의 감정과 몸의 느낌이 그대로 다시 살아납니다. 그러면 우리 뇌의 감정을 담당하는 부분(감정뇌)은 그 장면을 실제 일어난 일처럼 받아들이게 됩니다(LeDoux, 1996). 마음속에서 일어난 일도 감정뇌에게는 직접 겪은 일과 다르지 않게 새겨지는 것입니다.
이 점이 변화 작업의 열쇠입니다. 제임스의 두려움을 풀어 주려면 그 두려움이 처음 새겨진 사건에 변화를 줘야 합니다. 하지만 이미 그 사건을 겪은 어린 제임스는 두려움에 떨고 있어, 어른의 말을 잘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사건을 겪기 전날, 두려움이 아직 들어오지 않은 시점의 어린 제임스를 먼저 만납니다. 어른이 된 제임스가 어린 자신에게 곧 일어날 일을 미리 알려 주고,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려 주며 마음의 준비를 시킵니다.
두려움이 들어오기 전에 안전감이 먼저 자리를 잡으면, 그 안전감은 어린 제임스의 감정뇌에 또렷이 새겨집니다. 그러면 어린 제임스는 마치 귀신의 집에 들어가기 전, 어디서 어떤 귀신이 튀어나올지 미리 다 알고 들어가는 사람처럼 그 사건을 만나도 놀라지 않게 됩니다. 마음에 미리 예방접종을 해 두는 것과 같습니다. 백신이 병원체가 들어오기 전에 면역력을 만들어 두듯, 안전감이 두려움보다 먼저 감정뇌에 새겨지면 그 사건이 닥쳐와도 두려움의 씨앗이 뿌리내리지 못합니다. 그렇게 처음부터 두려움이 자리 잡지 않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연구자는 사건을 겪기 전날의 아기 제임스에게 먼저 안전감을 심어 주기 위해, 아기를 안심시키는 말을 하도록 제임스를 안내했습니다.
이렇게 안전감이 확보된 후, 연구자는 제임스에게 아기가 다음 날 겪을 일을 미리 알려 주고 안심시키도록 안내해 주었습니다. 제임스는 연구자의 안내에 따라 아기에게 직접 말을 건넸습니다.
이렇게 미리 알려 준 다음, 연구자는 제임스가 아기가 되어 그 사건을 다시 겪어 보도록 안내했습니다.
다시 겪고 나온 제임스에게 연구자가 무서웠는지, 머리에 힘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묻자, 제임스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제임스는 태어난 순간을 다시 겪어 봐도 덜 무섭고 머리도 덜 불편하다고 했습니다. 다만 아직 두 개 정도의 힘이 남아 있다고 했는데, 이렇게 몸에 불편이 남아 있으면 마음 어딘가에 두려움이 아직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때는 무엇이 마음에 걸리는지 확인이 필요한데, 연구자의 질문에 제임스는 아기가 아직 가위를 무서워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가위에 대해서도 아기가 두려워하지 않도록 안내했고, 제임스는 다시 아기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이런 과정은 그 사건을 편하게 겪을 수 있을 때까지 차분히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그 사건을 다시 겪어 봐도 더 이상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게 되면, 그 사건의 두려움이 해소된 것입니다. 첫 사건의 두려움이 풀리고 나면, 그 이후에 두려움을 키워 갔던 주요 사건들도 같은 방식으로 차례차례 해소해 갑니다. 한 사건씩 두려움이 사라질 때마다, 마치 마음속의 묵은 짐을 한 칸씩 비워내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게 입스를 일으키던 불안의 뿌리들이 하나씩 풀려 갔습니다. 7시간의 최면상담을 마치고 나온 제임스의 표정은 들어갈 때와 사뭇 달랐습니다. 최면이 끝난 후, 제임스는 자신의 변화를 이렇게 보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