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 네 번째 장면
“본 페이지는 가톨릭대학교 박사학위 연구(박준화, 2018)에서 운동선수 9명의 체험을 분석한 네 번째 장면입니다. 3편에서는 입스로 어려움을 겪던 한 골프선수 사례를 통해, 최면상담에서 입스의 무의식 원인을 어떻게 탐색하고 해결해 가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4편에서는 무의식 속의 두려움을 털어낸 9명의 선수들에게 어떤 변화가 찾아왔는지를 생각, 감정, 몸 그리고 동작의 회복 네 영역으로 나누어 살펴봅니다. 최면상담에 참여했던 전체 선수는 25명이었으며, 이들 가운데 21명(84%)이 입스의 호전을 보고했었습니다.”
7시간의 최면상담, 그날 이후 무엇이 달라졌을까
"머릿속을 다 씻은 것 같았어요."
7시간의 최면상담을 마치고 상담실 문을 나서던 제임스가 남긴 말입니다. 처음 왔을 때와는 표정이 사뭇 달라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남습니다. 최면상담을 받고나서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과 시합장에 다시 섰을 때 실제로 달라지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제임스를 짓누르던 시합 사흘 전의 불면, 시합장에서 굳어 버리던 몸, 한 번 실수하면 밀려오던 그 두려움은 정말 풀린 것일까요. 같은 길을 함께한 다른 8명의 선수들에게도 비슷한 변화가 찾아왔을까요.
본 페이지는 가톨릭대학교 박사학위 연구(박준화, 2018)에 참여한 9명의 선수들이 최면상담 이후 시합장과 일상에서 체험한 변화를 따라갑니다. 그 변화는 마음에서 시작되어, 감정으로 번지고, 몸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동작으로 드러났습니다. 본 4편에서 네 장면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최면상담 이후 9명의 선수들에게 가장 먼저 찾아온 변화는 마음 안에서 일어났습니다. 시합장에 들어서면 자동으로 떠오르던 실패 장면, 한 번 실수하면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부정적인 생각이 더 이상 떠오르지 않게 된 것입니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차분함이었습니다.
3편 마지막에서 살펴본 제임스의 말처럼, 마음에 묵은 짐이 깨끗하게 씻긴 자리에 새로운 생각이 들어섰습니다.
최면 받고 나니까 예전의 나쁜 순간들을 버린 느낌이었어요... 첫 대회에 나갔는데 상처나 안 좋은 생각도 안 나고... 예전에 실수했던 생각이 나면 머릿속에서 지우기가 어려웠었는데 그런 생각도 안 났어요... 머릿속을 다 씻은 것 같은 기분이었고... 차라리 그 그림을 좋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제임스
19세 아마추어 골프선수
시합 전부터 실수했던 장면이 자동으로 떠오르고 치기도 전에 공이 잘못 날아가는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진다고 했던 제임스. 최면상담을 받은 이후 첫 대회에서는 실패한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좋은 장면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마치 머릿속의 화면이 새로 켜진 것처럼 말입니다.
이런 변화는 제임스에게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펜싱선수 민지도 비슷한 변화를 보고했습니다. 시합 중에 잡생각이 너무 많아 잘 뛰다가도 "지면 어떡하지" 같은 걱정이 머릿속을 채우곤 했는데, 최면상담 이후로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실수를 한 번 하면 정신을 못 차리고 엄청 다시 또 긴장이 돼서 막 아무것도 못했는데 이제는 실수해도 딱 이거 하지 말아야겠다, 다른 거 해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했어요... 잘 뛰다가도 지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진짜 많이 했는데 그런 생각 자체가 안 들고...
민지
펜싱선수
실수를 대하는 마음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선수도 있었습니다. 한 프로골프 선수는 실수 후에 자신을 자책하지 않고 다음 홀에서 만회할 생각으로 마음이 바뀌었다고 했습니다.
실수를 하고 나서는 되게 부정적이거나 이런 게 많았었는데 요즘에는 뭐 그럴 수도 있지... 다음 홀에서 더 잘해서 만회를 하자... 이런 식으로 마인드가 바뀌는 것 같아요.
MT
프로골프 선수
9명 선수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난 첫 변화는 이렇게 마음 안에서 일어났습니다. 마음 안의 이 변화가 시작이었습니다. 마음이 풀리자 다음 자리들이 함께 풀려 가기 시작했고, 그 흐름은 감정으로, 몸으로, 그리고 동작으로 이어졌습니다.
마음의 생각이 달라지자, 감정도 따라 달라졌습니다. 시합장에 들어설 때마다 가슴을 짓누르던 긴장과 불안이 옅어졌고, 시합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화가 치밀어 오르거나 자책하던 감정의 폭풍도 잦아들었습니다. 그 자리에 들어선 것은 차분함이었습니다.
우선은 불안한 거가 없어지고... 마음이 편하고... 긴장도 많이 안 되고... 무거운 느낌도 많이 없었고요...
NY
골프선수
긴장이 줄어든 것에 그치지 않고, 시합이 거듭될수록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는 선수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긴장을 덜 하고, 압박감을 덜 느끼다 보니까 시합하는 내내 결과에 상관없이 편해졌던 것 같고요... 전보다 홀이 거듭되면 거듭될수록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고, 더 잘 해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LY
골프선수
한 골프선수는 어이없는 실수를 하면 "내가 이걸 왜 이랬지" 하면서 자책하다가 그날 경기 전체가 무너지곤 했는데, 최면상담 이후로는 같은 실수를 해도 다음 플레이에 영향을 주지 않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전에는 플레이가 안 풀릴 때 화가 많이 났고... 어이없는 실수를 하면 너무 자책하고, 내가 이걸 왜 이랬지? 했고... 그 때문에 다음 플레이에도 지장이 되어서 그 날 한 게임이 다 잘 안 되곤 했는데... 이 프로그램을 하고 나서는 실수를 해도 다음 플레이에 지장이 안 되도록 화가 안 나고... 좀 더 차분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PH
골프선수
긴장이 줄었을 뿐만 아니라 긴장이 되더라도 금방 털어낼 수 있게 되었다는 선수도 있었습니다.
마음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좀 생겼던 것 같아요. 그 긴장되던 뭔가가 긴장을 내릴 수 있는... 이제 긴장도 잘 안 되고... 시합 때 긴장되면 바로 털어냈고요... 그런 게 너무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제임스
19세 아마추어 골프선수
9명 선수에게 두 번째로 찾아온 변화는 이렇게 감정 안에서 일어났습니다. 마음이 풀린 자리에 차분함이 들어섰고, 그 차분함이 시합장의 흔들림을 한결 가볍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마음과 감정이 풀리자 몸도 따라 풀려 갔습니다. 시합장에 들어서기만 하면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굳어 버리던 몸이 이제 다시 자기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손 떨림, 풀리던 다리 힘, 차오르던 숨, 시합 내내 멎지 않던 심장. 최면상담 이후 9명의 선수들에게 찾아온 몸의 변화는 구체적이었습니다.
축구선수 경민이는 시합에 들어서기만 하면 허벅지에 힘이 풀리고 숨이 차서 금방 지치곤 했습니다. 최면상담 이후 어떻게 달라졌는지 경민이는 숫자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허벅지에 힘은 거의 안 풀리고... 숨차던 게 (전에 10점에서) 1점 정도로 줄었어요... 숨이 덜 차니까 금방 안 지치고... 더 잘 뛰어다닐 수 있게 됐어요.
경민
축구선수
숨이 차던 정도가 거의 사라진 것입니다. 야구선수 철호와 펜싱선수 민지도 같은 결의 회복을 들려주었습니다.
(식은땀 나던 건) 없었습니다... (팔 떨리던 거는) 팔 떨리는 것도 없어졌어요. 지금 다 괜찮았어요...
철호
야구선수
긴장하지 않으니까... 몸이 굳던 것도 괜찮고... 우선 몸이 좀 따라주고...
민지
펜싱선수
한 프로골프 선수의 회복도 살펴볼 만합니다. 그는 실수 후 손발의 감각이 사라지고 자기 몸이 자기 몸 같지 않은, 유체이탈 같은 느낌까지 받곤 했습니다. 거기에 시합이 끝날 때까지 심장이 멎지 않고 계속 뛰는 증상도 있었습니다. 최면상담 이후, 그 모든 것이 조용해졌습니다.
상담받기 전에는 실수하고 나면 망했다, 치기 싫다... 손발에 감각이 없어지면서... 뭔가 유체이탈 하는 그런 느낌도 났어요... 경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 막 가슴이 뛰거나 그랬는데... 요즘에는 가슴 뛰는 것도 없고, 그냥 평소처럼 경기를 했던 것 같아요... 손발에 감각도 괜찮아졌고요.
MT
프로골프 선수
그리고 입스로 직접 고생하던 골프 선수들도 비슷한 회복을 들려주었습니다. 시합 때마다 저절로 들어가던 힘이나, 부담감에 갑자기 일어나던 근육 경련 같은 입스 증상이 시합장에서 사라졌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힘이 들어가는 게 제가 생각해서 힘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그냥 저절로 들어가는 거라서... 예전에는 시합 때마다 저도 모르게 근육에 막 힘이 들어갔는데... 이번에는 힘 들어가는 게 없었어요...
NY
골프선수
이거 하기 전에 부담감 때문에 너무 극도로 불안해지면서 흔히 말하는 근육 경련 같은 어이없는 실수가 나왔었는데... 이번에는 극도의 불안감 같은 게 없어서 입스 같은 행동이 나오지 않았고요. 그래서 좋았던 것 같아요...
PH
골프선수
9명 선수에게 세 번째로 찾아온 변화는 이렇게 몸 안에서 일어났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마음에 자라 온 두려움의 뿌리가 풀리자, 그 뿌리가 묶어 두던 몸의 반응도 함께 풀려 갔습니다. 그리고 풀려 가는 흐름은 마침내 동작으로 이어졌습니다.
마지막 영역은 동작이었습니다. 선수들이 가장 어려워하던 그 문제, 즉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던 자리가 마침내 풀려 갔습니다.
야구선수 철호는 공을 던지려는 순간 손에서 힘이 빠져 여러 번 주춤거리다 엉뚱한 곳으로 공을 던지곤 했습니다. 야구를 그만두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철호. 최면상담 이후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공 던질 때 손에 힘 빠지는 건) 그게 좋아졌죠... (힘) 다 들어가고, 막 손도 안 떨리고. 지금 잘 던져지고 있어요... 다 좋았어요... 멈칫거리는 것도 없어졌고요...
철호
야구선수
야구 투수에게 흔히 나타나는 입스 증상은 시합 때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어려움입니다. 이번에는 한 야구 투수의 회상을 들어 보겠습니다.
연습 때는 잘되는데... 시합 때는 스트라이크를 못 던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면서 공이 잘 안 던져졌어요... 공 던질 때 히팅 포인트에서 제때 놔야 하는데 놓지를 못 했어요 공을... 타자 맞출까봐 공을 잘 못 던졌었는데... 최면 하고 나서 이젠 잘 던져요... 공 컨트롤도 좋아졌고, 변화구를 던질 때 이전보다 컨트롤이 더 좋아졌어요...
투수
처치 프로그램 참여 투수
골프선수에게서도 비슷한 회복이 이어졌습니다. 시합 중 힘과 타이밍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던 한 골프선수의 이야기입니다.
샷을 할 때요, 힘을 써야 되거든요. 근데 그 전에는 힘을 쓰는데 제가 원하는 대로 사용이 안 됐어요... 근데 지금은 이제 연습했던 것처럼 타이밍도 잘 맞고, 공을 치는 힘이나 이런 거를 보고 좀 자신 있게 쳤다고 생각해요...
NY
골프선수
펜싱선수 민지의 회상도 들어 보겠습니다. 민지는 시합 중 몸이 굳어 다리가 움직이지 않고, 빠져야 할 순간에 그 자리에서 그대로 찔리곤 했습니다.
원래 몸이 막 굳어서 다리도 안 움직이고, 제자리에 가만히 있다가 순발력이 없어지면서 빠져야 될 때 못 빠지고 제자리에서 찔리고 그랬는데. 이제 빠지기도 하고 내가 해야겠다는 동작을 할 수 있었어요... 몸 굳는 게 풀려서 그런 거 같아요...
민지
펜싱선수
회복은 마음에서 시작되어 감정으로 번지고, 몸을 거쳐 마침내 동작에 닿았습니다. 9명 선수가 들려준 변화는 한결같이 같은 흐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회복은 시합장의 경기력으로, 그리고 일상으로 어떻게 이어졌을까요. 시리즈 마지막 편에서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