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TIFIC ARCHIVE / 공황장애-불안

운전 중 어지러움 증상, 공황장애 신호일까

Published: 2026. 06. 29
Abstract / 핵심 요약

"운전 중에 갑자기 찾아오는 어지러움은, 평형 기관이나 뇌에 생긴 고장이 아니라, 예민해진 뇌가 운전이라는 상황을 위험으로 앞질러 단정하면서 몸을 흔드는 반응인 경우가 많습니다. 빈혈이나 귀 안쪽의 문제처럼 어지럼을 일으키는 다른 원인을 검사로 확인했는데도 모두 정상이라면, 원인은 머리 바깥이 아니라 그 상황을 읽어 내는 머릿속 회로에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어지러움은 스스로 다독여 보아도 좀처럼 잦아들지 않습니다. 위험 신호가 의식에 닿기도 전에 무의식이 먼저 켜 버리는 무의식 자동반응이라, 의지만으로는 멈춰 세우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회복의 첫걸음은 평형 기관을 거듭 검사하는 일이 아니라, 멀쩡한 길을 위험으로 읽도록 굳어 버린 그 기준을 다시 맞추는 데 있습니다."

가장 안전한 도로에서 핸들이 흔들릴 때

가장 마음이 놓여야 할 순간에, 이 어지러움은 찾아옵니다. 막히지 않고 뻥 뚫린 도로, 몸 상태도 나쁘지 않은데 갑자기 핸들 너머 풍경이 핑 돌기 시작합니다. 머리가 붕 떠오르는 것 같고, 이대로 정신을 놓아 큰 사고를 낼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갓길에 차를 세우고 잠시 숨을 고르면, 그 아찔함은 거짓말처럼 잦아듭니다.

이상한 것은 어지러움이 나타나는 순간입니다. 빗길이나 사고가 날 뻔한 위험한 찰나가 아니라, 오히려 별일 없이 흘러가던 평범한 주행 중에 불쑥 밀려옵니다. 위험하지도 않은 순간일수록, 몸은 더 크게 위험을 외칩니다.

운전대만 잡으면 같은 일이 반복되니, 많은 사람이 자신의 평형 감각이나 뇌에 이상이 생겼다고 짐작합니다. 그러나 검사를 받아 보면 대개 뚜렷한 문제가 나오지 않습니다. 어지럼을 만든 것은 평형을 맡은 기관이 아니라, 운전이라는 상황을 위험으로 미리 못 박아 둔 뇌의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어지럼이라도 그 시작점은 몸이 아니라 상황을 해석하는 자리에 있습니다.

운전대 앞에서만 어지럼이 도지는 이유

운전 중 어지러움이 시작되면, 몸은 진짜 비상 상황에 놓인 것처럼 반응합니다. 시야가 일렁이고, 머릿속이 멍해지고, 손에서 힘이 빠져나갑니다. 그런데 이 어지러움에는 눈여겨볼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신호 대기로 멈춰 섰을 때나, 빠져나가기 어려운 다리 위와 터널 안처럼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유독 거세진다는 점입니다.

운전이 아직 서툰 사람이 멀쩡하게 돌아가는 엔진의 정상 소리를 고장 신호로 듣고 가슴이 철렁하는 것과 닮았습니다. 소리 자체는 아무 이상이 없는데, 그것을 위험으로 받아들이는 귀가 너무 예민해진 것입니다.

물론 어지럼이 처음이라면, 빈혈이나 귀 안쪽 평형 기관, 혈압과 신경계에 문제가 없는지 병원에서 살피는 일이 우선입니다. 그렇게 검사를 받아도 줄곧 이상이 없다고 나올 때, 비로소 다른 곳을 들여다볼 차례가 옵니다.

안전한 줄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 까닭

운전을 마치면 가라앉는데도, 핸들만 다시 잡으면 어김없이 어지럽습니다. 머리로는 이 어지러움이 나를 어떻게 하지 못한다는 걸 분명히 압니다. 그런데도 몸은 그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심리학자 데이비드 클라크(David Clark)가 제시한 공황의 인지 모델을 살펴보겠습니다. 그에 따르면 공황은 몸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감각을 ‘큰일이 났다는 신호’로 잘못 풀이하면서 시작됩니다(Clark, 1986). 운전 중 느낀 약간의 어지러움을 “이러다 의식을 잃고 사고를 낸다”고 단정하는 순간, 불안이 솟구칩니다. 그 불안은 호흡을 가쁘게 만들고, 가빠진 숨은 다시 어지러움을 키웁니다. 작은 감각이 위험한 해석을 부르고, 그 해석이 도로 감각을 키우는 고리가 빙글빙글 돕니다. 이렇게 모호한 몸의 신호를 위험으로 단정해 버리는 것을 ‘파국적 오해석’이라고 합니다(Clark, 1986; Clark et al., 1997).

여기서 놓치기 쉬운 대목이 있습니다. 이 파국적 해석은 운전대 앞에서 곰곰이 따져 내린 결론이 아닙니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의식에 떠오르기도 전에, 무의식이 한발 앞서 내려 버리는 자동 판단입니다. 언젠가 운전을 위험과 묶어 둔 경험이 무의식에 새겨져 있다가, 핸들을 잡는 순간 내 허락도 없이 그 신호가 켜지는 것입니다. 머리가 아무리 안전하다고 타일러도 몸이 듣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이 어지러움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의식보다 먼저 작동하는 무의식 자동반응이기 때문입니다.

한번 굳어진 반응에도 되돌아갈 길이 있다

그렇다면 운전대 앞에서 이렇게 저절로 켜지는 반응은, 한번 자리 잡으면 평생 따라다니는 걸까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임상 현장의 연구들이 보여 줍니다.

박준화(2018)의 박사 학위 연구는 운동선수들을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중요한 순간마다 실력이 무너지는 선수들이었습니다. 연구는 그 무너짐과 얽힌 감정을 거슬러 올라가, 그 감정이 처음 새겨진 어린 시절의 기억까지 다루는 최면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그 결과, 무의식에 자리 잡은 자동적 반응도 그 뿌리가 다뤄지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운동선수의 무너지던 동작에서 확인된 이 원리는 운전 중 어지러움에도 그대로 통합니다. 둘 다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이 자동으로 켜 버리는, 같은 종류의 반응이기 때문입니다.

운전을 위험으로 묶어 둔 그 자리가 다뤄지기 시작하면, 뇌는 멀쩡한 길마저 위험으로 읽어 내던 습관을 조금씩 내려놓습니다. 이때의 최면은 흔히 떠올리는 것처럼 잠들거나 의식을 잃는 상태가 아닙니다. 평소에는 좀처럼 닿지 못하는 무의식의 영역에 가까이 다가가는, 한곳에 깊이 몰입한 상태입니다. 그 자리에서 “운전은 안전하다”는 신호를 새로 새기는 것입니다.

다시 맞춰야 할 것은 평형 감각이 아니다

공황에서 비롯된 어지러움을 다루는 기본 치료는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곤두선 신경을 진정시키는 약물치료이고, 다른 하나는 별것 아닌 신호를 위협으로 키워 읽는 생각의 버릇을 고쳐 가는 인지행동치료(CBT)입니다. 이 두 가지가 표준이 되는 치료입니다. 여기에 더해, 스스로 다스리기 어려운 무의식 자동반응을 풀기 위해, 약물치료·인지행동치료와 나란히 심리최면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뇌의 신경 연결은 한번 정해지면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경험에 따라 다시 이어질 수 있어서, 굳었던 자동 반응 위에도 새 반응이 덧입혀집니다.

여기까지를 한데 모으면 이렇습니다. 검사가 정상인데도 운전대만 잡으면 어지럽다면, 평형을 맡은 기관이 망가진 것이 아닙니다. 평범한 주행을 위험으로 읽도록, 상황을 해석하는 기준이 어긋나 있다는 표시입니다. 그 기준은 우리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무의식이 켜 버리는 것이라, 의지를 짜낸다고 쉽게 꺼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반응이 처음 새겨진 그 자리를 다루면, 어긋난 기준은 다시 제 눈금을 찾아갑니다.

그러니 운전대 앞에서 아찔했던 순간들의 의미도 달라집니다. 그 어지러움은 당신이 운전에 서툴거나 마음이 여려서 생긴 것이 아닙니다. 위험을 먼저 알아채 당신을 지키려던 뇌가, 안전한 길마저 너무 부지런히 위험으로 읽어 냈을 뿐입니다. 그 부지런한 오해가 풀리는 만큼, 핸들 너머로 다시 평범한 길이 펼쳐집니다.

Reference / Media Report

이와 관련한 실전 임상 솔루션은 체인지 심리최면상담센터의 전문 프로토콜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으며, 무의식의 메커니즘에 관한 박준화 박사의 연구는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소개된 바 있습니다.

· 에듀동아: 박준화 심리학 박사, 현대 뇌과학과 심리최면의 접점 ‘신경가소성’ 제시

· 메디컬투데이: 공황장애 환자 연간 20만명 시대…폭넓은 관점으로 접근해야

Q&A / 관련 자주 묻는 질문

Q.

검사상 이상이 없는데 운전만 하면 왜 어지러운가요?

A.
공황에서 오는 어지러움은 평형 기관이 망가져서가 아니라, 뇌가 운전이라는 상황을 위험으로 잘못 읽고 몸을 흔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평형 검사는 정상으로 나옵니다. 다만 처음 겪는 어지럼이라면 빈혈·귀·혈압 등 다른 원인부터 검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Q.

다독여도 가라앉지 않는데, 제가 운전에 약한 탓일까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이 어지러움은 우리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무의식이 켜 버리는 무의식 자동반응입니다. 의지나 운전 실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반응이 처음 새겨진 자리가 다뤄지면 그 기준은 다시 맞춰질 수 있습니다.
Q.

운전 중 찾아오는 공황 어지러움은 어떻게 접근하나요?

A.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CBT)가 기본 축이 되고, 의지만으로는 다루기 힘든 무의식의 자동 반응을 풀기 위해 심리최면을 곁들이기도 합니다.
Author / 저자
박준화 박사 공식 프로필 사진

박준화

Park Junhwa, Ph.D.
심리학 박사 · 한국심리최면협회(KPCHA) 협회장

15년 이상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공황·입스 등 무의식 반응 문제를 신경가소성 원리
기반해 분석하고 개선해 온 심리학 박사입니다.

  • 가톨릭대학교 심리학 박사 (상담심리)
  • 연세대학교 심리학 석사 (임상심리)
  • 임상심리사 (국가공인 자격)
  • NGH 인증 최면 전문가 (Certified Hypnotist)
  • 체인지 심리최면상담센터 소장
  • 미국심리학회(APA) Division 30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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